한글날에 권하고 싶은 것

정재모(전 경남일보 부국장·전 경남도보 편집실장)

2018-10-07     경남일보

국어가 어렵다는 불평을 혼자 자주 한다. 대부분 띄어쓰기와 사이시옷 문제가 발단이다. 이 두 가지는 내게 정말 난제다. 상당수 사람들 생각도 비슷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결코 불평의 대상일 순 없다.

문외한이지만 한때 교열업무를 본 탓인지 문법에 관심을 가진 편이다. 해서 글을 대하면 맞춤법과 띄어쓰기부터 본다. 이 둘이 영 형편없어 보이면 내용도 파악하기 전에 덮어버리고 싶어진다. 왠지 글 내용은 보나 마나일 것 같아서다.

사실 우리글의 띄어쓰기와 사이시옷 문제는 어렵다. 규정은 쉬운데 세부 응용에서는 다르다. 유명 국어학자가 띄어쓰기에 자신 없다고 한 고백을 읽은 적도 있다(이익섭 ‘우리말 산책’). 하지만 이런 고백이 우리 문법을 잘 모르는 데 대한 회심의 위안일 수는 없다.

‘국어가 어렵다’는 나의 불평은 대개 초보적인 데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일테면 ‘~로서’와 ‘~로써’의 차이를 알아볼 생각은 않고 애매하다고 투덜댔었다. 키가 ‘큰 형’과 나의 ‘큰형’에서 왜 한 쪽은 띄우고 다른 쪽은 붙여야 하느냐고 짜증을 냈다. ‘횟집’은 올바른데 ‘횟칼’은 왜 안 되냐고 했으며, 어째서 ‘우러러보다’는 맞고 ‘우러러다’는 틀리는가, 하는 식이었다.

예로 든 것들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설명이 나와 있었다. 나도 오래 전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그리 어려웠을까. 아마 학교 때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거나 잊어버린 탓일 게다. 영문법엔 머리를 싸매면서 우리 것은 예사로 여겼던 걸까.

사이시옷 원칙엔 학자들끼리도 다툼이 있다. 그만큼 애매한 게 없지 않은 건 사실이다. 띄어쓰기 역시 합성어 여부를 국어사전처럼 다 구별할 수 없을 것이므로 누구도 완벽할 순 없다. 우리말을 쓰는 국민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문법이 어느 정도 기초를 다진 이조차 하나부터 열까지 다 헷갈리도록 돼 있는 건 아니다.

국어가 어려워 불편할 때 나는 투덜거리기에 앞서 중고교 국어 문법 교과서를 펼친다. 국어사전 부록인 한글 맞춤법 통일안도 뒤적인다. 좋은 선생님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국어 공부하기 좋다는 걸 알게 됐다. 띄어쓰기와 사이시옷이 아리송하면 스마트폰을 먼저 연다. 수많은 이가 온갖 문제를 묻고 고수들이 친절하게 응답해 놓은 스마트폰은 이름처럼 참 영리하다. 한글날 주간에, 독자들께도 ‘어려운 국어’의 해결사로 학교시절의 빛바랜 문법책과 스마트폰을 권하고 싶다.

 

정재모(전 경남일보 부국장·전 경남도보 편집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