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사립유치원 상시공개하라”

국감서 횡령·회계부정 등 드러나 학부모 분노

2018-10-16     정희성
사립유치원의 만연한 비리가 드러나 학부모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비리 유치원의 실명을 상시 공개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4년간 실시한 감사 결과, 전체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경우 지난 4년간 69개의 유치원을 종합 또는 특정감사를 벌여 67개 유치원(공립 18곳)이 163건(18억 6840만원)의 위법 부당한 회계집행 등으로 적발된 가운데 공금횡령, 회계운영 부적정 등으로 징계를 받은 창원 4곳, 김해 1곳, 진주 1곳 등 6개 사립유치원의 명단이 이번에 공개됐다.

진주의 E유치원은 교비 사용 부당, 어린이통학버스 매각대금 세입 미처리, 시설공사대금 잘못 지급 등이, 창원의 D유치원은 유치원세입금 횡령, 적립식 보험가입 부정적, 사립유치원비 안정화 지원금 부당 수령 등이 적발됐다. 경남에는 현재 270개의 사립유치원이 있다.

그동안 감시·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던 사립유치원의 민낯이 공개되면서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민주당과 교육부가 국민의 요구에 맞춰 감사에 적발된 비리유치원의 실명 공개를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대다수의 시·도교육청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비리 유치원’ 실명 공개를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의 경우 정기종합감사에 적발된 유치원은 실명을 공개하고 있지만 특정감사의 경우는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관련법이 없기 때문에 실명을 공개하기가 조심스럽다”며 “관련법이나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당연히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도교육청 홈페이지(감사관→감사자료 공개방)에 들어가면 (특정)감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 사립유치원의 경우 회계처리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 올해까지 감사를 유예하고 있다. 관련법이 개정된다면 내년부터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6일 당정 회의를 열고 전국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 중대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장 등에 대해선 실명을 공개하는 고강도 종합대책을 검토했다. 당정은 오는 21일 비공개 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유치원 비리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확정할 방침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립유치원은 그동안 감시·감독의 사각지대 있었다”며 “중대한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과 원장 실명을 공개해야 하고, 투명한 회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지원금 횡령도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박춘란 차관 주재로 전국 시·도 교육청 감사관·유아교육 담당자 긴급회의를 열고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교육부는 오는 18일 이런 내용을 확정한 뒤 이르면 다음 주 회계·인사규정 정비 등을 포괄하는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한유총 비대위는 “이유를 막론하고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최근 공개된 각종 사립유치원 비리는 (현재) 회계·감사기준이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