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화된 유치원 회계비리, 교육당국 책임 더 크다

2018-10-17     경남일보
최근 경남을 비롯, 일부 사립 유치원들이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낸 원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했다는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학부모들이 울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만연한 비리가 드러나 학부모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비리 유치원의 실명을 상시 공개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최근 4년간 실시한 감사 결과, 전체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 69개의 유치원을 종합 또는 특정감사를 벌여 67개 유치원에서 163건(18억 6840만원)의 위법 부당한 회계집행 등으로 징계를 받은 창원 4곳, 김해 1곳, 진주 1곳 등 6개 사립유치원의 명단이 이번에 공개됐다.

유치원의 비리를 보면 이게 정말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비리의 민낯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쌈짓돈 쓰듯 해온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행태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이런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은 사립유치원의 불투명한 회계시스템과 이를 방치한 정부 탓이 크다. 당국의 감시망과 처벌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아이들을 위해 써야할 교비를 원장이 쌈짓돈 쓰듯 써 온 실태가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자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칼을 빼 든 것이다. 비리가 불거지고 사회적 여론이 비등하면 대책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이내 흐지부지 될 수 있다. 이번에도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차제에 체계적인 법률 정비로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부정하게 운영비를 사용한 유치원에 대해선 전액을 환수하고 형사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환골탈태해야 하며, 교육을 볼모로 불법을 저지르는 유치원은 과감히 퇴출해야 할 것이다. 뒷북 행정이란 소리도 이제 지겹다. 고질화된 유치원 회계비리를 철저히 감시를 못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