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한지 세계시장 진출 적극 지원해야

2018-10-18     경남일보
‘지천년견오백(紙千年絹五百)’이란 말이 있다. 종이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는 의미로 한지(韓紙)의 숨결이 약 천 년을 이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 우리의 종이 한지는 어떠한가. 아쉽게도 산업화에 따른 양지산업의 발달로 인한 종이분야의 전통성은 상실됐으며, 대량의 기계지는 전통 한지를 우리 주변에서 더 멀어지게 했다. 한지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닥나무를 삶아 일일이 그 껍질을 벗겨 티를 고르고, 종이의 틀을 갖추는 ‘뜨는’ 작업을 한다. 무려 99번의 손을 거친 후 100여번째에 비로소 한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백지(百紙)’라고도 불린다.

의령 한지가 전 세계 문화재의 ‘수도’로 불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문화재 복원에 적합한 재료로 인증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로마에 있는 세계적인 지류복원 전문기관인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가 한국 지역 공방들에서 제작한 복원용 전통 한지 8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가운데 1종에 대한 인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인증을 받은 한지는 의령 신현세 장인이 운영하는 전통한지 공방에서 제작된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탈리아에서 인증을 받는 한지가 늘어남에 따라 그동안 서양의 문화재 복원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온 일본의 화지를 대체하는 재료로서 한지의 활용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왕조실록에서 보듯 까다로운 제작 과정과 오랜 정성으로 만들어진 ‘천년의 종이’ 한지는 두껍고 단단하며, 광택이 나고 수명도 길다. 부드러움과 탄력을 지녀 우리 민족의 강인하고 순결한 정신과도 닮아 있다. 강한 내구성과 보존성 등으로 세계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한지의 우수성을 담은 여러 현대 공예작품과 첨단산업 소재로 응용된 모습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한지는 자체적인 습도조절 기능과 보존력이 강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 한지의 우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관계자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과거의 훌륭한 문화를 개발하는 방향은 크게 중시되고 있지 않다는 부분이다. 이번의령 한지의 ICPAL 인증을 계기로 가치를 높여 세계시장으로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