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켄현상

최창민 (취재부장)

2018-10-21     최창민
브로켄 현상은 산 정상에서 등 뒤로부터 해가 비칠 때 자신의 그림자가 전방의 안개나 구름에 투영되면서 동시에 둥근 무지개 속에 들어가게 되는 일종의 기상 광학(氣象光學) 현상이다. 자신의 모습이 무지개 속에 들어가 있어 괴기스럽기도 하지만 부처님의 광배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과거 독일 중앙부 하르츠 산맥 브로켄산(1142m)에서 등산가가 이 기상 현상을 보고 요괴로 착각했다고 해 ‘브로켄의 요괴’(Brocken spectre)라는 특이한 이름도 갖고 있다. 전문용어로는 영광이라는 뜻의 글로리(Glory)라 하여 광륜(光輪), 후광(後光) 등으로 불린다. 이는 훗날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등장한다.

▶일화에는 1865년 에드워드 윔퍼가 마터호른을 처음 등정했을 때 리스캄 하늘의 아치와 십자가 현상을 목격한 일이 전해진다. 개인적으로 수년전 비행기 속에서 차창 밖을 통해 아래를 보는데 비행기 그림자가 원형의 무지개 속에 들어 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초대형 대형 브로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본보에 지리산에서 발생한 브로켄현상을 촬영한 사진이 보도됐다. 등산가인 조점선 씨가 천왕봉에서 찍은 사진이다. 한때 요괴로 불릴 만큼 기이한 현상이 요즘엔 환상적이고 신비로운데다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현상으로 밝혀지면서 행운의 징조로 여겨지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 브로켄이 나랏일에 좋은 징조가 되길 바래본다. 최창민/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