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가을 태풍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2018-10-24     경남일보
기상 관측 사상 최고, 최장의 무더위를 가져왔던 올 여름도 끝나고 가을이 물들어가는 지난 6일 제25호 ‘태풍 콩레이(KONG-REY)’가 남해안을 지나갔다. 다행하게도 오랜만에 국내까지 도착한 가을 태풍 치고는 큰 피해를 입히지는 않은 채로 남해안을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 나갔다. 이례적으로 10월에 강한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예년보다 따뜻해진 바닷물 때문이다.

태양열은 지구에 도달하는 유일한 에너지이지만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적도에서는 단위면적당 도달하는 열에너지가 풍부하고, 극지방으로 갈수록 열에너지가 작게 도달하므로 에너지 불균형이 일어난다. 고위도 지방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적도지방의 열에너지가 다양한 규모의 대기 순환으로 고위도로 전달된다. ‘태풍’도 이러한 대기 순환의 일부로서 해들리 순환의 경로를 타고 고위도로 이동하면서 전지구의 에너지 순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풍’은 북태평양 서쪽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의 한 종류로,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17.2 m/s 이상의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고 있는 기상 현상이다. 이런 기상현상이 북태평양 동부와 북대서양 서부에서 발생하면 ‘허리케인’,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열대저기압’은 적도전선에서 ‘코리올리의 힘’이라는 전향력에 의해 중심으로 회전하는 강한 상승 기류를 타고 수렴된 수증기가 적란운을 발달시키면서 강한 비를 내리게 된다. 이때 방출된 잠열은 공기의 온도를 높여 팽창하면서 상승 기류가 생겨 중심의 기압은 내려간다. 낮아진 기압과 높아진 온도로 인해 중심부가 주변부의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강한 회전력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원심력의 의해 하강 기류가 생기면 태풍의 눈이 만들어진다. 해수면의 온도가 26.5℃ 이상이 되고, 해수면과 상층 대류권 사이의 풍속 차이가 10 m/s 미만일 때 이런 대류 과정을 반복하면서 태풍이 발달한다.

‘태풍’은 회전하면서 이동하는데, 코리올리 힘의 영향으로 북반구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북반구에서는 태풍의 진행 방향에 대해서 중심의 오른쪽을 위험반원, 왼쪽은 가항반원이라고 한다. 진행방향에서의 9~12시 방향인 북서쪽은 풍속이 약해져 수증기가 정체되므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구역이 된다.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태풍’은 보통 여름철에 많이 오지만 실제로 큰 피해를 주는 ‘태풍’은 가을에 오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에는 우리나라 상공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해 있기 때문에 ‘태풍’이 우리나라로 오지 못하다가 가을이 되면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태풍의 이동 경로가 우리나라 쪽으로 향하게 된다. 최근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하고, 폭염이 지속되면서 ‘태풍’이 우리나라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방향을 바꾸어 지나갔다. 이전까지 가장 최근에 한반도에 상륙한 마지막 ‘태풍’은 2016년 10월 부산·울산 앞바다를 지나간 그해 ‘제18호 차바’이니 태풍의 코리아 패싱은 2년쯤 된 것이다.

‘태풍’이 발생하는 해역의 온도가 높으면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해수면의 온도는 6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9월이 해수면의 온도가 가장 높아진다. 이 시기에 발생한 ‘태풍’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바다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아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한다.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태풍’은 2002년 9월의 ‘태풍 루사’, 2003년 9월 ‘태풍 매미’ 등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과거 100년여 기간 동안 10월에 한반도에 찾아온 ‘가을 태풍’은 단 8개였다. 이번 ‘콩레이’까지 포함하면 최근 6년 동안 무려 4개가 도착하여 상황이 변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태풍 시즌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지구온난화와 엘리뇨로 인한 해수 온도가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므로 ‘가을 태풍’은 점점 더 잦아지고 더 강력한 ‘태풍’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재난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기 전에 지금보다는 강화된 기준의 재난 예방 및 방재 시스템 등 안전시설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