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그리운 집

2018-10-30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그리운 집


초가 두 채와 변소가 다였어도

온 가족이 도토리처럼 붙어살던

최고로 행복했던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집

-김종태



이 가을, 도토리에 관한 격언과 속담부터 알아보자. ‘개밥에 도토리’, ‘도토리 키 재기’, ‘가을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는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다.’ 등등. 따돌림을 받아 여럿 축에 끼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서로 비슷비슷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이며, 딱히 주인이 없는 물건은 누구든 먼저 차지하는 사람의 것이 된다는 뜻이다.



요즈음, 숲 주위에 도토리 줍느라 엎드린 사람들을 드문드문 만난다. 묵을 쑤려는 이유보다 그저 어릴 때의 추억을 줍고 있는 것 같아 덩달아 몇 낱 주워 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초가 속 한 가족 같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하는 시인의 고향은 지금쯤 여기저기 떨어진 도토리에, 볼이 불룩한 다람쥐며 청설모가 겨울나기 준비하느라 바쁘겠다. 가을이 한참 익어가겠다./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