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가시(김기택)

2018-11-11     경남일보
가시
/김기택

가시가 되다 말았을까 잎이 되다 말았을까
날카로운 한 점 끝에 온 힘을 모은 채
가시는 더 자라지 않는구나


걸어다닐 줄도 말할 줄도 모르고
남을 해치는 일이라곤 도저히 모르는

그저 가만히 서서 산소밖에 만들 줄 모르는
저 순하고 푸른 꽃나무 속에
어떻게 저런 공격성이 숨어 있었을까
수액 속에서도 불안이 있었던 것일까
꽃과 열매를 노리는 힘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일까
꽃을 꺾으러 오는 놈은 누구라도
이 사나운 살을 꽂아 피를 내리라
그런 일념이 분노가 있었던 것일까


한 뿌리에서 올라온 똑같은 수액이건만
어느 것은 꽃이 되고
어느 것은 가시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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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뿌리에서 수액을 빨아 올렸는데 잎이 되기도 하고 가시가 되어 방어 본능에 충실하기도 한다. 저 순해빠진 나무들도 불안의 공포가 변위되어 수비형 공격성을 갖는 것은 언제나 갖는 생존의 일념이 수액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난히 가시가 많은 사람이 있다, 스스로에게 찔러 피 흘리는 사람이 있다. 존재의 불안이 생존을 걸타기 때문일까, 가시는 피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