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땐 번개, 내릴 땐 거북이

이수기(논설고문)

2018-11-14     경남일보
지난 6일부터 유류세가 인하됐지만 소비자들은 제대로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를 땐 실시간으로 반영하면서도 내릴 땐 미적대는 유통구조 탓이다. 정부는 서민과 영세상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15% 인하했다.

▶유류세 인하뿐만 아니라 국제유가가 내릴 때는 ‘찔끔찔끔’ 내리더니 올릴 때는 ‘순식간에 재빠르게’ 인상했다. 주유소 재고 소진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유류세 인하 효과는 주유소에 따라 이달 중순이후부터 나타날 것이다. 정유사 출고 때 이미 유류세가 부과돼 대리점과 주유소 판매가격은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았다. 시행 초기 손해를 감수한 직영주유소만 차량이 몰리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비록 한시적이지만 반가울 수밖에 없다. 서민부담이 늘어나자 유류비 부담을 줄여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주유업자들만 배불리는 일이 생겨날 수 있다.

▶18주째 상승했던 기름 값이 꺾였지만 소비자 가격에 즉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 가격이 휘발유 리터당 123원, 경유 87원, LPG부탄 30원씩 떨어져야 하지만 현장에선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 주유소 재고물량에 대해 유류세를 환급해주는 방식을 채택했다면 자연스럽게 ‘인상 때는 번개, 내릴 때는 거북이’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