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장엄한 밥상-상족암

2018-11-22     경남일보



돌 속 갇힌 어둠이 석문을 열고 나와
푸르고 환한 세상 하나 펼쳐놓은 아침
낮고 젖은 시간이 쌓여 이룬 화석 장엄하다
먼저 온 파도가 뒤따라온 허기진 파도에게
수많은 갈빗살 포개어 차린, 저 융숭한 밥상

-박종현(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연구원)


자연(사물)에서 포착한 영상과 문자를 통해 ‘의미의 실제’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디카시의 미학이 돋보인다. 장엄한 화석의 각인된 무늬를 보라. 힘겨운 어제를 견디고 일어난 아들(딸)에게 어머니가 차려낸 융숭한 밥상으로 읽어내는 시인의 상상력이 참 기발하지 않은가. 석문에서 바라보면 실제 저만치 봉긋한 두 개의 섬(유방섬)이 있다. 그 어머니가 무시로 파도에 실어 보낸 밥상으로 짐작해보면 어떨까!

이는 경남 고성군 하이면 바닷가에 있는 상족암이다. 켜켜이 쌓은 시루떡을 연상시키는 수성암 덩어리로, 생김새가 밥상다리 모양 같다고 하여 상족(床足)이라 불린다.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끊이지 이곳에서 시인들은 ‘쥐라기 전설을 새긴 책들의 해변 도서관’으로 등, 다양한 의미로 묘사하고 있다./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