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할 리 없는 낭만

김귀현기자

2018-11-26     김귀현
거리에 꽃을 심으면 그 꽃이 펴 향기를 풍기며 곧 거리의 풍경이 된다고 했다. 지역서점을 비롯한 작은 가게들은 거리에서 꽃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경기가 어려워 동네에 있는 건물 높은 층부터 비기 시작하더니, 길 가며 마주 보는 1층 가게마저 짐을 빼는 시기라고 했다. 그 사이에서 버티는 지역서점에 비결이 있을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지역서점을 꾸려나가는 지역민을 만나봤다. 그의 생각은 담백했다.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관심을 받는 위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거창할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생각해보니 거창할 일은 없었다. 손으로 만지고 구매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늘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이 편하다. 온라인 서점도 가끔 이용하지만, 보통 서점이란 대개 운동화를 끌고 나가면 갈 수 있는 동네 가게였다. 학생일 적에는 참고서를 사는 곳이었고, 지금은 보고 싶은 책을 몰아서 안아올 수 있는 곳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 들르지 않아도 생활에 녹아있는 장소. 시간의 흐름에 맞춰 단장하고 바뀌기는 했지만 거창할 리는 없었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인터뷰에서 “진주문고는 오랜 시간을 품은 공간이다. 주변 공간과의 관계, 시민의 관심이 없었다면 존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점은 그런 공간이었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스친 곳이자, 누군가에게는 학창 시절의 기록이며 연애담의 무대이기도 했을 것이다.

지역에서 자리를 지키는 서점을 지키는 힘은 그 자리만큼 시간을 보낸 모두의 힘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 거창하지 않은 공간을 지키고 싶다던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지역의 작은 상점을 찾아달라 말했다. 지역민의 사랑이 작은 공간들을 살리는 힘이며 그것이 곧 거리를 단장하는 길이라고. 결국 우리가 살아갈 곳을 위해 그는 지역민들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주길 바랐다.

길을 지나며 보는 자그마한 가게들이 괜히, 달리 보인다. 어제도 불이 환하던 서점을 지나왔다. 늘 하던 생각도 조금 강해졌다. 인터뷰 하던 날도 문득 떠올라 했던 말이었다. 낭만과 불편을 교환할 여유 정도는 갖고 살아야 겠다. 결코 거창하지 않은 공간이, 언젠가는 거창하게 마음 먹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공간이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