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위태롭다니 피가 끓었다”

진주시 6·25참전 학도병 명비 제막식

2018-11-28     김영훈

“죽기 아니면 살기의 마음으로 큰 결심을 하게 된 거지”

6·25전쟁 학도병으로 참전한 박기수(87)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쟁 당시 진주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그는 북한의 남침으로 현재 국가가 위태롭다는 대학생들의 설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전쟁이라는 말에 박씨는 자신도 모르게 온 몸에 피가 끓어올랐고 두 손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다. 특히 이미 진주고는 불에 타 없어졌고 이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어 죽기 아니면 살기의 각오로 학도병에 지원했다.

박씨처럼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마련됐다.

28일 오후 진주시청소년수련관 광장에서 ‘진주시 6·25참전 학도병 명비’ 제막식이 열렸다.

경남서부보훈지청과 진주시, 경남과학기술대 총동창회, 진주교육대 총동창회, 진주고 총동창회가 세운 명비는 가로 5.2m 세로 2.2m 규모로, 9520만원을 들여 지난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이날 제막했다.

 


진주시 6·25참전 학도병 명비에는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한 진주농림고등학교(현 경남과학기술대), 진주사범학교(현 진주교육대), 진주고등학교 등 3개 학교 재학생 152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학교별로는 진주농고 69명·진주사범 24명·진주고 59명 등이다. 152명 중 현재 40명 정도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기수씨 역시 생존자로 제막식을 기념하기 위해 부산에서 진주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명비를 어루만지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젊은 혈기에 국가를 위해 참전했고 운이 좋았는지 모르지만 아직 생존해 있다”며 “동기 등 많은 학도병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국가에 대한 마음을 지금 세대들은 쉽게 이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전장에 나섰던 동기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명비에 새겨진 이름들을 손으로 하나하나 닦아줬다.

이날 행사에는 박씨 외에도 참전 학도병을 비롯해 학생, 군인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학도병 명비 제막을 기념하고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진주농림고등학교 39회 졸업생이며 명비 건립에 앞장 선 조재섭씨가 쓴 ‘호국의 꽃’ 헌시낭독 때에는 행사장이 숙연해 지기도 했다.

조씨의 헌시 ‘호국의 꽃’은 명비 뒤편에 새겨져 학도병들의 숭고한 정신을 후세대에게도 전하고 있다.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