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살다보면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2018-12-02     경남일보
삶이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고 신나고 유쾌할 수만은 없다. 삶의 참맛이란 반드시 달고 황홀한 것만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 간다면, 아름다운 것보다는 오히려 짠 눈물의 얼룩진 무늬, 쓰고도 떫고, 시고도 매운 것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진실로 아름다운 모습이란 삶의 과정에서 고뇌와 고통을 헤치고 나온 상처진 모습이며, 그러한 지혜 또한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깨닫고 터득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 살아가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태도도 옳지 않지만, 지나친 근심거리에 괴로워하고 허덕이며 마치 그것이 좋은 생활법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행위가 된다. 그렇지만 자기실현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삶은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준비이기 때문에 누구든 자기 삶의 주체로서 자기의 성장을 중지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자기 성장인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자기능력과 자기 취향을 잘 나타낼 수 있다면 그 무엇도 자기 성장의 대처할 방책이 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주 하찮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일수록 더 중요한 존재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정녕코 의미 있는 것은 쉽고 안이하게 얻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 쓸모만을 계산하는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사람에게도 사물에 대한 소중한 존재이유를 별로라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삶만은 누구보다도 멋지게 살아가고 싶은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자기의 삶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이도 있는 반면, 진정한 그 무엇도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의 삶을 엄벙덤벙 살아가는 이도 있다. 자신을 믿고 삶을 지나치게 과장시켜 과신해 온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무언가 이룩하지도 못하면서 뭔가를 기막히게 성실한 삶을 영위해 나간다고 착각할 때도 있다. 아니 하루를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나름대로 갈등하고 고뇌만 하다가 지나가는지도 모른다.

이제 자기의 좋은 삶을 위해서라면 지난날 억울하기 짝이 없었던 세월도 혼자 삭여 내고 세월의 때를 풀어 씻어낼 수 있는 중후한 인품의 소유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늘의 삶에서도 하루치의 긴장과 굴욕이 있다면 잘 풀어낼 수 있는 생활의 지혜를 갖자. 살다보면 허무함과 괴로움 또한 왜 없으랴. 그때그때 씻어내고 삭여낼 수 있는 지혜를 가져서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