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大雪)

정영효(객원논설위원)

2018-12-06     정영효
오늘(12월 7일)은 절기상 한겨울 추위가 시작된다는 대설이다. 대설이라는 절기 이름은 일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절기 이름과 계절적 상황이 맞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에 눈이 그리 많이 내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시기가 대설이라고 명명된 것은 원래 재래 역법의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계절적 특징이 반영된 절기라고 하기 보다는 한겨울이 본격적으로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절기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비록 대설은 추위를 몰고 오지만, 옛 농경사회에서는 백성들이 일년 중에 정신적·경제적으로 가장 여유를 가졌던 시기였다. 백성들이 가을 동안 수확한 피땀 어린 곡식들을 곳간에 가득 쌓아 놓고 있어 당분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시기이다. 바쁜 일을 마치고 새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한기로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신적으로도 풍성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설이 왔건만 오늘날 서민들은 그 어느 때 보다 지금 정신적·경제적 여유가 없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다가, 극심한 취업난, 소득 양극화 심화 등 정신적·경제적 빈곤에 시달린다. 특히 이영자(이십대·영남권·자영업자)의 삶이 더 팍팍하고 힘들다. 서민의 삶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쯤이면 대설 시기에 가졌던 여유로움이 서민에게 올 수 있을까? 올 겨울이 유난히 추울 것 같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