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22]

하우다 ‘De Waag’측정소

2018-12-06     김귀현





네덜란드인들이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치즈의 양은 1인당 20㎏이 넘는다. 거의 매일 치즈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한 끼 식사로 먹는 것은 물론 우유, 버터, 요거트 등 각종 유제품이 식단 깊숙이 박혀 있다 보니 네덜란드인들의 평균 신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이유가 쉽게 납득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네덜란드인들이 즐겨먹는 고다치즈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이 치즈의 원산지는 네덜란드 남쪽 지방에 위치한 ‘하우다’(Gouda)이다. ‘G’가 ‘ㅎ’으로소리 나는 네덜란드식 발음 때문에 하우다 치즈라는 이름대신 영어식 발음인 고다치즈로 통용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하우다 및 그 일대에서 많이 생산 되고 있는 하우다 치즈는 둥근 덩어리모양의 노란색 치즈 통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렇다면 남쪽의 한 작은 마을이 네덜란드 국내외 시장에서 커다란 비율을 차지하는 치즈생산지로 유명해진 이유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과거 이 곳 하우다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운하의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중요한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 때문에 두 지역사이를 오가는 물자를 운반하기가 매우 쉽고 용이했다.

또한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네덜란드의 평평한 지형은 젖소가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고, 수분기가 많은 땅에서 자라는 풀은 소에게 양질의 먹이가 되어주었다. 질 좋은 치즈를 생산할 수 있던 네덜란드에서는 치즈 생산이 계속해서 늘어났고, 그 중에서도 치즈를 운반하기 좋은 위치를 가졌던 하우다는 자연스레 치즈를 사고 파는 중심시장이 되었다. 치즈는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했기 때문에 장거리 운송에도 문제가 없었다.


 

 


네덜란드어로 상품을 ‘측정하다’라는 뜻의 단어 ‘Waag’는 어느 마을의 중심이나 시장에서 팻말로 찾아 볼 수 있다. ‘De Waag’(이하 무게 측정소)라는건물을 하우다의 중심 광장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1668년 건립된 이 건물의 용도는 건물 이름으로부터 쉽게 추측이 가능하다. 이것은 과거 하우다에서 거래되던 치즈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무게를 재던 건물로, 무게 측정소 역할을 담당하던 곳이었다. 물자이동이 빈번한 도시나 무역항에서는 주로 큰 광장에 시장이 형성되었고, 거기에는 어김없이 무게 측정소가 있었다. 네덜란드에는 하우다를 포함에 상업과 무역이 성행했던 암스테르담,델프트, 라이덴, 하를렘 등에서도 측정소를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모든 세금은 상품의 무게에 따라 결정되었고, 10파운드가 넘어가는 물건은 무조건 이 측정소를 거쳐야했다. 치즈거래가 월등하게 많았던 하우다에서는 1년 동안 약 500만 파운드의 치즈가 측정소를 거쳐 갔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다. 상인들은 측정된 무게에 따라 세금을 냈고, 세금이 납부된 치즈에는 표시를 하여 합법적으로 유통 가능한 치즈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건물은 건축가 피터 포스트(Pieter Post)에게 맡겨진 것으로 피터는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우스, 네덜란드 전(前) 여왕이 거주 했던 하우스 텐 보스, 라이덴의 무게 측정소 등으로 이미 여러 차례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었다. 당시 하우다 시청에서는 광장에서 측정소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 건물 옆에 있던 이웃 건물들을 허물어 버리거나 새로 짓는 건물들에게는 높이 제한을 두는 등 측정소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건물 정면은 조각으로 장식되어져 있는데, 그 조각을 자세히 살펴보면 터번을 두른 한 남자가 눈에 띈다. 이 남자는 치즈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는 몇 가지 설 중 가장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에 의한 설을 내포하고 있다. 이 통설에 따르면, 5000년 전의 유목민들은 우유를 동물의 내장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어서 가지고 다녔는데, 이 과정에서 우유가 응고 되며 치즈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측정소는 옛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며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1층은 하우다 관광안내소로 사용되어지고 있으며 2층과 3층은 하우다 치즈의 생산과정, 생산 관련 도구, 치즈 시식코너 등을 마련해 하우다 치즈의 역사와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한 때, 치즈는 수많은 가정에서 가족 모두가 치즈생산에 매달려 가내 수공업 형태로 생산 되었지만, 지금은 네덜란드 치즈 대부분이 대량 생산을 위해 공장의 공정 과정에 의존하는 추세다. 하지만 하우다를 비롯한 그 일대 지역에서는 여전히 가내 수공업 방식의 치즈를 생산하는 농장이 많이 남아 있어서 네덜란드 치즈의 특별함을 눈으로 익히고 그 맛을 느껴 볼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한 도시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 지역에서 가장 넓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보자. ‘De Waag’와 같은 무게 측정소를 쉽게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치즈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어깨너머로 치즈를 싣고 줄지어 서있는 상인들과 시장에서 구입한 치즈 한 덩어리를 허리춤에 낀 사람들의 모습이 동시에 보일지도 모른다.



주소: Markt 35, 2801JK, Gouda 네덜란드

운영시간: 수~일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동절기)

홈페이지: http://www.goudsewaag.nl/

입장료: 성인 4.5유로, 12세 이하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