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의 인생역정, 그리고 리더십

2018-12-16     경남일보
‘박항서 매직’에 베트남이 들썩이고 있다. 박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국가대표팀이 15일 하노이 미딘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 컵 결승’에서 말레이시아를 물리치고 10년 만에 스즈키 컵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국회의장도 관중석에서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일부 선수들은 태극기를 목에 걸고 ‘박항서!’를 연호했다. 베트남의 영광이지만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박항서 매직 뒤에 숨은 인생역정과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산청군의 작은 시골 생초중학교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1977년 U-20 청소년대표와 2002년 한일월드컵 국가대표 수석코치를 거쳐 경남FC감독, 창원시청 감독을 맡다가 지난해 베트남으로 갔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룰 때 코치로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갈 곳이 마땅찮아 K리그 1, 2부 팀을 전전하며 아픔과 시련을 겪었다. 결국 최순호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에게까지 손을 내밀어 코치로 일했다. 위계가 엄격한 축구계에서 후배 밑에서 일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개의치 않고 이를 묵묵히 감당했다. 경남FC시절에도 수많은 음해와 탄압에 시달렸다.

이러한 시련과 좌절을 온몸에 지닌 그였지만 선수들에겐 한없이 관대(寬大)했다. 선수들을 다독여주고 믿어주고 어떤 모습이든 진정성 있는 사랑으로 다가갔다. 그는 선수들의 의견에도 겸허히 귀 기울이는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났다. 이것이 베트남 아니 한국의 국민영웅이 되게 한 그의 리더십이다.

지난 9월 자신이 맡고 있는 U-23 베트남축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준우승 이후 고향 산청을 찾아왔다. 그는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베트남 축구선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보다 더 열심히 뛰고 달리는 강한 정신력을 가졌다. 그런 점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 박항서 감독의 아프고 시린 인생역정(人生歷程)에서 얻어진 리더십과 교훈, 우리가 새겨야 할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