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직

정승재(객원논설위원)

2018-12-19     경남일보
맡고 있는 직책에 따라 투표 등 특별한 행위 없이 자연스럽게 부여되는 직위를 ‘당연직’이라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헌법에 근거한 국무회의 당연직 의장이 된다. 시장과 군수가 각각의 자치단체 체육회장이 되는 것도 그렇다.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관련 법률 혹은 각 기관 및 단체의 규정에 따름이다. 맡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자리다.

▶각 정당마다 당헌과 당규가 상이하여 일괄할 수 없지만 당연직 당직이 많다. 광역지자체장에 당선되면 소속 정당의 당무위원이나 중앙위 중앙위원, 전당대회 대의원 등의 자리가 ‘그냥’ 주어진다.

▶다른 자리와 달리 수십명 정도의 당무위원은 실속이 꽤 있지만 그 회의에 그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친형 강제입원건과 드루킹 댓글조작건으로 각각 기소된 두 광역지자체장이 당직을 고사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그들의 당직은 이미 언급한 당연직들이다.

▶매우 이례적 예외조항이 있지 않는 한, 당연직 사퇴는 해당 법률과 규정을 위반한 행위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장을 사퇴한다면 헌법위반이 된다. 비약이지만 이치는 다르지 않다. 백의종군이라는 순정성을 훼손한 ‘쇼’처럼 읽힌다. 어떤 대상을 하수(下手)로 보고 말장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