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초혼(招魂)(주강홍)

2018-12-23     경남일보
위와 아래를 모르고

메아리처럼 비밀을 모르고

새처럼 현기증을 모르는 너를 사랑해



나는 너를 강물에 던졌다

나는 너를 공중에 뿌렸다



앞에는 비, 곧 눈으로 바뀔 거야

뒤에는 눈, 곧 비로 바뀔 거야



앞과 뒤를 모르고

햇빛과 달빛을 모르고

내게로 오는 길을 모르는,

아무 데서나 오고 있는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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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은 죽은 자를 불러 모시는 의식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시인은 영매(靈媒)가 되어 잃어버린 사랑을 불러 모신다. 새처럼 저 허공을 날아갔는지 저 깊은 물속에 잠수했는지, 버렸든 버려졌든 간에 곁을 지키지 못하는 사랑을 아무데서라도 오시길 읊고 있다. 메아리처럼 아니면 달빛과 별빛처럼 분별없이 다가와서 주저앉히고 싶어 한다. 혹여 오시는 길을 잃을까 온몸을 열어두었다. 한 해를 보내며 모든 독자들과 함께 잊었던 사랑들을 위해 현기증 없는 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