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아침

2018-12-27     경남일보


또 오늘이다

뚜벅뚜벅

밥 벌러 나간다

-김종순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이어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발자국마다 삶의 무게가 한 짐이다. 너무나 또렷한 탓일까, 울컥 눈물이 난다. 이 ‘하루’를 부여받은 것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캄캄한 하루를 또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가득한 마음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의 물음 앞에서 두말할 것도 없이 후자에 초점을 던지는 시인의 어투가 독자의 가슴을 쓸어 넘긴다.

또한 앞서 밥 벌러 나간 차바퀴의 자국에 왠지 시선이 간다. 그들은 지금쯤 밥을 벌고 있기나 할까. 곤히 잠들었을 식구들의 아침을, 점심, 저녁을 책임져야 할 가장의 어깨. 소복이 내린 흰 눈을 채 털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건 아닐까. 뚜벅뚜벅 괜한 걱정이 앞서는 한 겨울이다. 아침이다./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