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은 대로 산다

박근제(국민연금관리공단 민간노후준비전문강사)

2019-01-02     경남일보

난 언제쯤 마음먹은 대로 살 수 있을까? 철이 들면(농부가 사계절의 변화를 알고 때에 맞춰 농사를 지을 줄 알면, 철이 든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가능할까? 김형석 교수님(100세, 연세대명예교수)께서는 환갑은 지나야 철이 든다고 하셨는데…, 환갑도 지났고 퇴직까지 한 나는, 이젠 철이 들고 마음먹은 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환갑이 지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철이 들고 마음먹은 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퇴직을 하고 달라진 것 중의 하나는 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절에나 할 법한 질문들을 새삼스럽게 스스로에게 하면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다고나 할까. 내 마음이면서 나 자신도 모르는 마음인 ‘무의식’을 이해하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살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퇴직하면서 후배들에게, 앞으로 난 ‘불량노인으로 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 마음이 일어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의미로…, 그런데 난 아직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주변을 살피게 되고, 참기도 하며, 말을 아끼는 경우도 많다. 배려라는 이름으로도…

고등학교 1학년 한문시간에 ‘심불재언(心不在焉)이면 시이불견(視而不見)하고 청이불문(聽而不聞)하며 식이불지기미(食而不知其味)니라’ 라는 글귀를 배운 이후 지금까지 기억한다. 대학(大學)에 나오는 구절로 “마음에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마음도 먹으면 소화가 된다’는 말로 재해석하며 나 스스로를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할 때 마다 기억을 되살리곤 했었는데, 아직도 먹은 마음을 소화시키지 못해 마음먹은 대로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고,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확실하게 아는 사람도 바로 ‘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나는 오늘도 ‘마음먹은 대로 살자’며 하고 싶은 것으로 마음먹었고, 이것이 내가 바라는 것임을 확실하게 아는데도, 오늘도 마음먹은 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 나 자신의 무의식을 이해하고, 철이 들어 마음먹은 대로 살 수 있을지?

퇴직을 하고 삼년 째가 되는 올해는 ‘무슨 일이든지 한 번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 스스로를 돌이켜보며 마음먹은 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박근제(국민연금관리공단 민간노후준비전문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