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황동 유적서 4∼5세기 집모양토기 출토

2019-01-09     박준언
김해 봉황동 유적(사적 제2호)에서 4∼5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집모양토기(家形土器)가 나왔다.

이번에 발견된 집모양토기는 지면에 밀착해 건축물을 세운 지면식(地面式)으로 그동안 알려진 고상식(高床式·마루를 높게 쌓은 형태)과 차이를 보이는 점이 특이하다.

이 토기가 주목을 끄는 것은 지금까지 김해지역에서 금관가야의 존재를 뒷받침할 왕궁터나 유물이 나오지 않아 정통성이 미약했다. 그러나 만약 이 토기가 금관가야의 왕궁에서 사용했던 토기로 밝혀지면 김해는 금관가야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지역임을 확고히 할 수 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5년부터 발굴 중인 김해 봉황동 유적 내 4세기 말∼5세기 초 건물터 주변에서 지난해 가을 수습한 길이와 높이가 6∼7㎝인 집모양토기를 9일 공개했다.

정면은 평평하고 뒤쪽 벽체는 반원형인 이 토기는 앞쪽은 가운데 부분에 사각형 구멍을 냈고, 옆쪽에는 안에서 바깥으로 원형 창을 뚫었다. 지붕도 앞쪽은 책을 뒤집어 놓은 듯한 삿갓 모양 맞배지붕이지만, 뒤쪽은 둥그스름하다.

지난 2014년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이 창원 진해구 석동 유적에서 찾은 4∼5세기 집모양토기는 기둥 9개 위에 누각 같은 건물을 올렸고, 지붕은 완전한 맞배지붕이다.

강동석 연구소 학예연구관은 “가야 유적에서 출토됐거나 가야 유물로 알려진 집모양토기는 대략 9점인데, 봉황동 유적 집모양토기는 다른 곳에서 나오지 않은 독특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가야계 집모양토기는 창원 석동 유적과 창원 다호리 고분, 함안 소포리 유적에서 나온 바 있다.

강 연구관은 “집모양토기가 무덤이 아닌 생활유적에서 나왔다는 점도 특이하다”며 “봉황동 유적에서는 사람이나 동물 모양 토우(土偶)가 출토된 바 있는데, 집모양토기도 의례용으로 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상식 건물은 창고로 추정되지만, 이번에 나온 토기는 집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야 생활사와 건축사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국지 동이전에서 삼한 가옥에 대해 설명한 “거처는 초가집과 흙방으로 짓는데, 모양이 무덤과 같으며 그 문이 위에 있다”라고 설명한 대목과 봉황동 유적 집모양 토기 생김새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봉황동 유적 조사에서는 고리 상단부에 구멍을 내고 철심을 박은 철제 말발걸이(등자)도 발견됐다.

박준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