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박근제(전 국민연금관리공단 노후준비강사_

2019-01-16     경남일보
박근제

“직접 보지 않은 것은 믿지 말라. 눈으로 보지 않고는 말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예전의 뇌교육 연수에서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사이먼스의 ‘고릴라 실험’은 이 말을 무색하게 했다.

이 실험은 검은 운동복과 흰 운동복을 입은 6명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모습이었는데, 영상을 보기 전에 ‘검은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 세어 보라’는 지시가 있었다. 영상이 끝난 후 강사가 공을 주고받은 횟수를 물었을 때 연수생 대부분이 알아맞혔다. 그런데 ‘영상 속에서 고릴라를 본 사람’이 있는지 물었을 때, 봤다는 사람은 소수였다. 다시 영상을 보니 6명이 공을 주고받는 사이에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6명 사이를 어슬렁거린 후 사라졌다. 연수생들 입에서 ‘아!’하는 탄성이 나왔었다.

이 실험은 ‘사람의 시각적 인지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실험’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었다. ‘시각적 인지’가 조작될 수 있다는 말에 놀랐던 기억이 요즘 새삼스럽게 되살아난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철학관, 역술원, 인터넷 사이트, 사주카페, 점집 등에서 토정비결, 사주, 신점, 타로, 관상, 별자리운세 등 신년운세를 보는 경우가 많고, 신년 오락프로에는 마술이 자주 등장한다. 막연한 호기심이나 그저 재미로 보게 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최대한 이용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점쟁이나 마술사는 ‘심리트릭의 고수’라는 느낌도 갖게 되면서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수, 진보, 우파, 좌파 운운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고릴라 실험’이나 ‘심리트릭의 고수’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고정관념, 신념, 종교, 사고방식, 입장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하는 사람들의 ‘선택적 지각’ 때문에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혼란과 어려움에 빠져드는 것 같다.

특히 국가나 지자체, 각 기관의 지도자들마저도 이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함께 하게 된다.

나는 오늘도 내가 보고 들은 정보들에 대해 ‘지각 방어’나 ‘방어적 지각 오류’없이 좀 더 객관적이고 여러 가지 상황, 환경, 조건 등을 고려하여 냉철한 분석과 판단의 결과에 의거해서 나의 정보로 받아들였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