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친구 기분도 중요해

2019-01-24     경남일보


물수제비나 물보라 피우듯

쿨하게 내 투정 다 받아주더니

오늘은 자기표현을 하더라고요

그동안 속 뒤집어져 골병들었을 친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김종태



간혹 디카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때가 있다. 자연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상상력이 참 기발하다는 뜻에서이다. 보라. 저만치 내동댕이친 듯 미끄러져, 뒤늦게야 친구의 기분을 알아차린 돌멩이의 표정이 꽤나 재밌지 않은가. 저 두 사람 혹, 이런 친구가 아니었을까.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그자 저나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친구에게 속사포를 쏘듯 화풀이를 했을까 궁금해진다. 더 이상 못 들어 주겠다고 얼음장을 놓은 걸 보니 어지간했나본데 하긴 며칠만 지나면 얼음 녹듯 풀리는 게 친구니 염려는 않는다만. /천융희 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