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메주

2019-02-07     경남일보
 

 

북풍한설 맨몸으로 견디고도

소금물에 잠겨 제 몸의 엑기스를 다 빼주는

메주, 참 명예로운 내 어릴 적 별명.

-강옥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차가운 눈을 가리키는 북풍한설(北風寒雪)이야말로 겨울의 진정한 맛이 아니겠는가. 어느 처마 밑에 서너 달 매달린 메주를 보는 순간 어릴 적 별명을 떠 올리게 된다. 못생긴 얼굴을 비하한 별명이라 듣기 싫었지만 장년이 되어서야 그 별칭이 그리 싫지 않은 것은 메주의 효능을 제대로 알게 된 까닭인 듯하다.

그 해 장맛은 메주에 곰팡이가 얼마나 잘 피었는가에 결정된다고 한다. 서양 발효식품인 요구르트나 치즈가 동물성이라면 된장이나 간장은 식물성으로 그 가치가 남다름을 인정받고 있다. 소금에 의한 저장성이 뛰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맛의 장 문화야말로 으뜸가는 식품인 것이다. 이를 아는 듯 시인의 마지막 말에서 깊은 장맛이 나지 않은가.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