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정만석(창원총국장)

2019-02-10     정만석
‘소확행’이 지난해 최고의 인기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은 일본 작가 하루키가 젊은 시절 쓴 수필집에 나오는 짧은 산문의 제목이다.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찢어 먹거나 고양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는 것처럼 일상의 사소한 행복이 인생을 값지게 만든다는 의미다.

▶이런 작은 행복론이 2019년도에도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정원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친구들과 담소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겼다는 니체까지는 아니어도 32년전 일본의 한 작가가 만들어낸 신조어가 왜 요즘시대에 소환됐을까.

▶유행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어쩌면 바쁜 일상중에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의 중요성을 현대인들은 뼛속깊이 느끼고 있는것이 아닐까. 로마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경구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현재를 즐기라’는 뜻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한때 카카오톡 나의 프로필란에 고정단어로 사용되어졌던 것 처럼.

▶우리 보다는 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세상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나만의 행복을 쫓는다. 대한민국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우리에서 나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 일명 ‘나홀로족’의 위세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점에서 사회적가치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보다 ‘나’에 대한 관심이 공동체의 위기를 심화시킬수도 있다는 걱정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정만석(창원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