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즈음

변옥윤(객원논설위원)

2019-02-12     경남일보
절기는 입춘을 지나 우수를 앞두고 있다. 농촌이 서서히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영농채비에 들어가는 즈음이다. 벌서 매화 옛 등걸에 봄빛이 스며들어 양지 바른 곳에선 꽃잎을 열었다. 춘설이 난분분하던 예년과는 달리 아직은 매서운 꽃샘추위가 없었던 탓이다. 매화가지 꽃봉오리 벙긋벙긋한 것을 보고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부터 봄감자 파종준비가 한창이다.

▶양지바른 곳에선 냉이가 파릇파릇, 달래가 새순을 내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꽃다지도 얼굴을 내밀면 우리의 산과 들에는 봄나물로 봄의 향연을 펼칠 것이다.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을 채워줄 양식이다. 옛날에는 춘궁기를 넘길 수 있는 양식이 봄나물이었다.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배개하고 누었으나 그 중에 낙이 있다‘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옛 중국 시가 지금의 계절이다. ’나물캐는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꽃다지 모두 캐보자‘라는 동요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경이다.

▶산청군농협에서 봄나물을 직판해 주는 장터를 열었다고 한다. 집 텃밭은 물론 지리산과 들에서 캐온 봄나물을 모두 수매해 판매하는 봄 장터이다. 겨우내 갖혔던 입맛을 돋구는 반가운 소식이다. 주말 한번 쯤 동의보감 촌도 보고 산청곶감도 즐기며 마음먹고 산청여행을 계획해 봄직하다. 내친 김에 고로쇠 물도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