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국가, 가난한 국민

정영효(객원논설위원)

2019-02-14     정영효
지난해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25조 원 이상 더 걷혔다. 역대 최대 규모다. 3년째 계속되는 세수 초과다. 이를 두고 논란이 많다. 세입이 전망 보다 모자라도 문제지만, 너무 넘쳐나도 문제다. 정부가 국민과 기업의 호주머니를 너무 털어 정부 곳간만 넘치게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세수 초과에서 20년 전 베스트셀러 였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갑자기 오버랩된다. 여기에서 저자는 ‘돈을 좋아하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라고 생각하는 부류는 ‘가난한 아빠’가 된다고 기술했다. 반면 ‘돈이 부족한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라고 생각하는 부류는 ‘부자 아빠’가 된다고 했다.

▶일련의 세수 초과 현상을 보면 정부가 ‘부자 국가’가 되기 위해 책 속의 ‘부자 아빠’를 너무 추종한 것 같다. ‘돈이 부족한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부자 아빠’의 원칙을 맹종하면서 국가 곳간을 채우는데 열중한 것이 아닌가 묻고 싶다. 세금을 많이 거둬 국가 곳간은 넘치나 서민의 곳간은 여전히 팍팍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좋지 않았다. 경기침체에 투자·생산이 감소하고, 고용절벽까지 겹쳐 경제가 최악이었다. 그런데도 세금은 더 많이 걷혔단다. 초과된 부분 만큼 민간 소비나 기업 투자, 고용으로 이어졌으면 경제 상황이 좀 더 나아져 국민의 삶도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가도 부자, 국민도 부자인 나라가 가장 이상적인 국가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면 부자 국민이 우선이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