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에서 맴도는 이름(진효정)

주강홍(진주예총회장)

2019-02-17     경남일보
어떤 이름은 혀끝으로 기억하네

혀끝으로 핥아야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네



쓰윽 핥는 순간 새파랗게 날 선 이름이

혀를 피로 물들이는 이름이 있다네



토막토막 끊어진 혀가

목구멍을 커억 틀어막는

그런 이름이 있다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혀가

생을 온통 들었다 놓았다 하네



반쯤 삼켜진 혀가

반쯤 삭아서 흐물거리는 혀가

그렁그렁 눈으로 쏟아져 나오는,

혀끝으로 보아야 보이는 이름이 있다네



잘린 혀끝이 낭떠러지가 되어버리는

가파른 이름이 있다네

------------------------------------------------------------

살다보면 가슴에 묻어둔 이름들이 있을 수 있고 혀끝에서 맴돌면서도 차마 뱉지 못하는 이름도 있다. 특히 떠올리기도 싫은 사악한 이름도 있다. 혀는 언어를 구사하는 도구일 뿐 의사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한 생을 온통 들쑤셔놓은 그 질곡한 사연은 뭔지 모르지만 누구나 몸서리치게 하는 그 이름을 하나씩 모두 삼키고 있을 수도 있다. 인내의 잠금장치에 머무는 저 이름, 저 깊은 곳의 가시처럼 언제나 통증으로 견디고 있는 저 이름.
 
주강홍(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