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경찰과 공조 68억 사기범 검거

창원 오피스텔 명의위조 돈 가로채…피해자 150명 필리핀 현지서 절도하다 덜미…6개월만에 붙잡혀

2019-02-26     이은수
창원지역에서 150여명에게 60억원대의 부동산 사기 행각을 벌이고 필리핀으로 도주했던 주범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창원중부경찰서는 26일 “수사 직후 필리핀으로 도주한 김모(57)씨가 지난 24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의 한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경찰에 검거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한국에서 벌인 사기 등의 혐의와 달리 현지에서는 절도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 당국에서 법적 처분을 받고 한국으로 인계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 씨는 지난해 8월쯤 도주한 뒤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였으며 결국 6개월 만에 붙잡혔다.

김 씨는 이미 구속된 공범 김모(여·57)씨와 함께 2016년 1월 창원시 상남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피해자(세입자)에게 집주인 명의의 전세계약서를 위조하거나 집주인을 빙자해 전세계약을 하는 등 같은 방법으로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피해자 150명에게 6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해당 국가에서 법적 처분을 받고 난 뒤 우리가 파견을 보내 신병을 인계받을 방침이다”고 했다.

경찰은 필리핀으로 달아난 김씨를 붙잡기 위해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으며, 김씨의 재산 내역을 파악하는 등 자금 흐름도 추적하고 있다. 또 가족과 직원 등 주변인물들을 상대로 공범·공모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세입자와 전·월세 계약을 할 때 직접 나서지 않고 공인중개사에게 맡겨서 대리 계약하는 오피스텔 임대사업자들이 많다는 점을 악용해 이중계약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자 지난 6일 필리핀으로 혼자 달아났다. 경찰은 또 김씨에게 고용돼 가짜 집주인 행세를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공범 김아무개(56·여)씨를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하고 집주인에겐 월세 계약을 한 것처럼 속이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경우 김씨는 목돈의 전세금을 받은 뒤 집주인에게 다달이 월세를 지급해 이중계약 사실을 숨겼다. 집주인에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으로 계약했다고 하고, 세입자와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5만원으로 계약하는 등 보증금 부풀리기 수법도 사용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창원에서 직장을 다니는 20~30대였다. 하지만 국내에 김씨 명의의 재산은 거의 없는 상태라 김씨를 붙잡는다고 하더라도 피해 금액 회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이번에 해외 도피한 김씨가 좀도둑처럼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검거돼 “돈을 다 탕진하고 빈털털이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