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원 버스 운행 안해 학부모들 큰 불편

■개학 연기 첫날 도내 사립유치원 가보니 유치원측 “사학과는 달라… 공공잣대 불합리” ‘개인재산 국가몰수 절대반대’ 현수막 내걸려 맞벌이 부부 출근시간대 등원시키느라 진땀

2019-03-04     박철홍
4일 오전 8시 30분 진주 A사립유치원. 이 곳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학 연기에 동참한 유치원이다.

등·하원 통학버스들은 운행을 하지 않고 주차장에 있었다. 교사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했다. 개학연기 결정을 했지만 이날 신입원생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개학연기 대책으로 교육지원청에서 긴급 돌봄서비스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얼굴도 낯선 선생님들에게 잘 적응할 지 의문”이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고 지적했다.

A유치원은 교육당국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다며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강조했다.

A유치원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을 설립할 때 수십 억원의 개인 자산이 들어갔다”며 “사학과는 태생자체가 다른데 공공 교육기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학은 교사 인건비, 학교 운영비 등 거의 모든 예산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데 반해 사립유치원은 직접 받는 지원금이 극히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같은 시간 진주지역 또 다른 사립유치원. 이 곳도 개학연기에 동참한 유치원이다.

7살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에 들른 직장인 정모(38)씨는 “맞벌이 부부인데 버스가 운행을 안 하니 등원을 직접 시켜줘야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출근시간에 쫓겨 연신 시계를 확인했다. 그는 “유치원과 거리가 가까워 그나마 다행이지만 거리가 먼 학부모들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 유치원 건물 전면에는 ‘개인재산 사립유치원 국가몰수 절대반대’라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입구 출입문에는 운행이 중단된 노란 통학 버스들이 눈에 띄었다. 버스 운행이 중단되면서 어린 자녀를 등원시키는 일에 온 집안이 총출동했다.

출근 시간이 빠듯한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등원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쁜 아침시간을 쪼개 등원을 챙기는 학부모들도 시간에 쫓기는 모습이었다.

유치원 앞 도로는 직접 차를 몰고 아이를 데려다주러 온 차량들로 북적였다

6세 아이를 데리고 나온 이모(38)씨는 “유치원이 아이들 가지고 갑질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전날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는 40대 주부 김모씨는 “유치원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유치원과 거리가 꽤 있는데 하원시간에 회사를 마칠 수가 없어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부탁을 드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철홍·백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