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춘란

2019-03-07     경남일보
 


봄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신속하게, 아름답게

말하는

책력

이상옥(시인)



봄을 알려준다는 뜻으로 보춘화(報春花)라고도 하는 춘란이다. 일상 속 이미지에서 시인은 1년의 시령(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과 그 날짜를 기록한 문서를 포착하듯 춘란에 시선을 둔다. 사물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꽃잎에 이는 바람의 책력과 저 작은 고요가 일렁이는 소리의 책력까지 발견해 내는 것이 시인의 책무인 까닭이다.



디카시에서 이미지는 사물이나 형상이 존재의 진실에 닿고자하는 절대적 통로라 할 수 있다. 바람이 분다. 그렇다면 귓가를 스치는 봄바람 속으로 무엇이 들리는가! 다시 일어서라는 메시지 곧 희망의 발자국 소리 들리지 않은가. 그 때 그 자리에서 포기하지 않고 오직 견딤으로 인하여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온 춘란의 수줍은 자태. 묵은 흙더미를 헤치고 우리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춘란의 ‘소박한 마음(꽃말)’ 에 저절로 숙연해진다./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