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피어나는 약국

김태은(약사)

2019-03-14     경남일보
김태은

약국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필요한 약이 있어 약을 사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병원에 갔다가 약을 조제하러 오는 사람, 제품이 필요해서 오는 사람, 물을 마시러 오는 사람, 그냥 별 하릴없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오는 사람, 길을 묻기 위해 오는 사람 등 다양하다.

약을 사러 오는 사람에게는 약사는 이야기를 시작 한다. 이 약을 왜 드시는지, 어떤 약이, 어떤 제품이 왜 필요한지, 지금의 상황이 어떤지, 가끔은 어디로 가는 길인지.

그러나 사람들은 대화의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 원하는 것을 주고 돈을 받으면 될 텐데 혹은 궁금한 내용만 알려 주면 될 텐데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이 싫은 눈치다. 그러나 약사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모기약을 찾는 손님에게 모기 잡는 약을 건네며 “실내에서 모기 잡는 약을 쓰게 되면 꼭 환기를 하라”고 이야기를 해 준다.

어떤 손님은 “모기에 물렸을 때 모기 잡는 약을 뿌리고 있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한다.

또 어떤 손님은 소화불량으로 배가 아픈 사람이 진통제를 찾는데 이것이 근본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소화제를 찾지만 소화의 문제가 아닐 때가 많다.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대부분 약사들은 슬프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해주고 싶은 말을 못할 때가 있고, 필요한 다른 정보를 주려다 오해를 받기 쉬워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반면 그러나 또 즐겁고 행복하고 기쁜 순간들이 있다. 약을 먹고 건강을 회복 했을 때, 전한 정보가 도움이 되었을 때, 이로인해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 그리고 그냥 좋은 기분이 전해 졌을 때 등이다.

오늘도 약국에는 여러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그러면서 사는 재미를 공유하게 된다. 약국은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몸이 아프거나 불편해서 찾는 곳이라 분위기가 무거워 질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마음이 통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수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약국이 조금이라도 더 안식을 느끼는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약국에 오는 사람은 약사에게 마음이 열리고 약사는 진심으로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따뜻한 봄날, 약국에 오는 사람들 마음도 봄에 눈녹듯이 녹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행복한 이야기가 피어나는 약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태은(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