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음 2월, 삼신 할매

백숙자 (진주문협 회원·시인)

2019-03-14     경남일보
거주지도 분명치 않은 채
단 일 년에 한번 음력 이월에 나들이를 나왔다
가족 증명서나 할매의 정체를 본 사람도 없다
다만 어머니 그 어머니로 전해져 입소문이 여기 까지 왔다
또 믿을 만한 증거는 이월 바람의 행동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바람이 잔잔하면 며느리와 오는 것이라 믿는다나
아마도 올해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과 나온 모양이다
호위병들이 줄을 서고 날개를 펄럭이고
바람이 물고 온 사치스런 딸의 분 내음이
미세먼지로 대지를 뒤덮고 있다
나풀나풀 꽃 치맛자락을 휘날리도록
바람은 오늘도 지나칠 만큼 주변을 무시하고
권력을 휘두르며 과격해 졌다
권력을 쥐면 누구나 우쭐해 정신 줄을 놓는지
달콤한 권력의 맛은 마약같이 솔솔 파고드는지
그 맛을 모르니 애면글면 속만 타지
그들은 원칙을 지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과거도 현재도 바른 말하는 걸 듣기 싫어하는 분위기
뭔가에 매이길 싫어하는 자유분방한 방랑자의 질주 에고이즘이다
정직한 본분을 지켜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바람은 삼신 할매 오른 팔이라 두루두루 요직을 거치며
비호세력도 함부로 할 수 없단다
합리적인 의심인지 모르겠지만
딸 치맛자락 유희만 즐기는 게 아니냐고
이월 들어 주택가에선 심심찮게 부서지는
대문이나 지붕 때문에 주민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삼신 할매의 무모한 농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비난을 하니
그것도 피해 갈 수 없고 나들이조차 자유로울 수도 없고
음 2월 바람, 너에게 진정성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



백숙자 (진주문협 회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