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인테리어의 실상

이춘기(보금자리연구소장)

2019-03-17     경남일보
2000년 전 중국에서 태동한 묘지풍수가 1000년 전 한반도에 유입되었으나 통일신라 말기 도선국사의 노력으로 사찰이나 마을의 허한 기운을 보완하여 함께 사는 삶터를 만드는 비보 양택 풍수로 번성하였다.

고려 시대에는 도선을 팔아 왕권 강화와 통치수단으로 활용하였으나 조선 중기의 국가 혼란 속에서 고관대작들의 유교사상과 가문보존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묘지 풍수 신봉으로 변질되어 나라를 흔들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 앞잡이 지관들에 의해 국가의 기운을 쇠퇴시키는 대대적인 기맥 훼손 작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였다.

이런 시대적 불운이 출세욕과 가문의 안녕을 열망하는 국민에 의해 지나치게 과장된 묘지풍수로 아직도 상당수 국민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근래 보편화한 화장문화로 묘지 풍수는 효용과 실용성을 상실하였지만, 아직도 풍수의 실체인 생기의 교감 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맹종하는 상당수 국민에게 지관과 장묘업자들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기운이 끊어진 재에 불과한 화장 유골을 들고 과장되고 오류가 많은 묘지 풍수 이론으로 아직도 명당 운운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실제 긍정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한 생활공간의 과학적 생기 활용이론은 올바른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인지하지도 못하는 많은 폐해를 내버려 두고 있다. 여기에 근래 들어 미신적인 홍콩 풍수에 근원을 둔 사람 심리를 이용한 과장된 풍수인테리어가 실익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당수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어 안타깝다.

‘복을 부르는…. 돈이 들어오는….’ 등등의 자극적인 용어로 관심을 끌고, 주거공간의 소품이나 색상에 관한 내용을 거실과 방은 물론 심지어 욕실과 주방까지 적용하면서 사람을 현혹한다. 문제는 풍수지리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생기 이론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연관 지어 설명하지 못하면서도 그럴듯한 내용으로 유혹하는 데 있다.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생기의 생성과 관리이론은 그처럼 단순하지도 작지도 않다. 지기와 천기의 영향으로 집안에 형성되는 큰 기운을 미미한 인테리어 정도로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이야말로 예전의 과장되고 황당한 묘지 풍수 폐해를 보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실내 기운을 좋게 하는 방법은 실내가구를 줄이고, 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적정한 배치와 환기, 그리고 밝고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최상이니 다른 것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이춘기(보금자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