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7]

꽃샘추위, 눈석임, 눈석임꽃

2019-03-20     경남일보
요즘 날씨가 참 포근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자잘먼지(미세먼지)만 아니면 나들이를 가거나 밖에서 놀기 좋을 만큼 말이지요. 그런데 이런 날씨가 이어지다가도 앞으로 갑자기 추워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요맘때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쓰게 될 말 가운데 하나가 ‘꽃샘추위’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이른 봄,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갑자기 찾아온 추위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말은 ‘꽃+샘+추위’의 짜임으로 말 그대로 ‘꽃을 샘내는 추위’라는 뜻이랍니다. 이 말과 비슷한 말로 잎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찾아온 추위를 뜻하는 ‘잎샘추위’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을 더해 ‘꽃샘잎샘’이라고도 합니다. 꽃과 잎이 필 무렵에 추워짐 또는 그런 추위라는 뜻이 됩니다. 이 말이 들어간 옛말에 ‘꽃샘잎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얕잡아 보면 안 되는 추위이기도 합니다.

얼마 앞까지 눈이 온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눈이 그치고 나면 또 따뜻한 봄기운에 쌓인 눈이 속으로 녹아 스러지곤 하는데 그렇게 쌓였던 눈이 속에서부터 녹아 없어지는 것을 ‘눈석임’이라고 한답니다. 땅 위는 추워 눈이 내렸지만 봄기운에 데워진 땅이 따뜻해서 속에서부터 녹아 스러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눈이 쌓인 곳에서는 이 눈석임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말을 알고 나면 이 무렵 이 눈석임 속에서 피는 꽃이름을 모르고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들꽃 찍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찍으러 다니는 꽃이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벌써 보셨을 ‘복수초’입니다. 눈석임 속에서 노란빛깔로 활짝 피는 이 ‘복수초’의 토박이말 이름이 있습니다. ‘복수초’라는 이름을 대면 아는 분들이 많은데 토박이말 이름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

이 ‘복수초’를 ‘눈새기꽃’이라고 한다는 풀이는 곳곳에서 자주 봅니다. 하지만 ‘눈새기’가 ‘눈석임’이라고 하는 풀이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앞서 ‘눈석임’이라는 말을 알고 나면 이 꽃 이름을 모르고 지나칠 수가 없다고 한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복수꽃은 눈석임 속에서 피는 ‘눈석임꽃’인 것입니다. 얼음 사이에서도 피는 꽃이라고 ‘얼음새꽃’이라고도 한다는 것을 알면 이 꽃이 언제 어디서 피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래서 우리 토박이말이 좋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도 이와 같은 토박이말 맛을 아시고 널리 알려 주신다면 우리 토박이말을 더 얼른 되살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눈석임 속에서 피는 ‘눈석임꽃’ 얼음 사이에서 피는 ‘얼음새꽃’, ‘복수초’라는 말보다 이런 말을 먼저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서 토박이말이 하루 빨리 되살아나도록 더욱 힘을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