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안심길

2019-03-28     경남일보
 

 

안심길

예쁜 마음을 덧칠하고

불안을 지웠네

숨 가쁜 모퉁이에

꽃단지

존재만으로도 환하다

-민정순



비탈지고 협소한 골목길이다. 바람도 잠시 방향을 잃고 멈칫거릴 공간이지만 한때 누군가에게는 설렘의 공간이었고 추억이 스민 기다림의 장소였다. 아침이면 왁자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하루를 열었던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전국 곳곳의 골목들이 언제부턴가 신작로에 밀려 두려움과 어스름한 우범지대로 변하고 있다.

여기는 어딜까! 가로등도 CCTV 설치도 불가할 것 같지만 평온하고 아담한 골목길이다. 바스라져 가는 골목 벽면에 누군가 붓으로 바탕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몇 송이 꽃만으로 불안을 지운 듯하다. 차츰차츰 환해질 꽃밭에 나비처럼 날아들 사람들의 인기척으로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그러니 존재만으로 환할 수 있도록 지켜 내기를.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