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때의 기쁨과 줄때의 기쁨

이석기(수필가)

2019-03-31     경남일보
인간이라면 누구나 홀로 떨어져서 살기란 어렵다. 서로가 남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건 우리의 일상에서 간혹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의 생활에서 자주 반복되어 행해지는, 자연스럽게 정해진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주고받았다는 사실조차 서로가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그것은 늘 일상에서 일어나는 것으로써 대수롭지 않는 일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생애를 통해 한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은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면 실로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일생동안 남에게 준 것이 더 많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남으로부터 받은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선물도 남으로부터 받을 때의 기쁨과 줄때의 기쁨이 사람에 따라 생각에 따라 그 행복의 차이는 다르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살다보면 남의 신세를 많이 지고 살아가는 것보다 남에게 도움을 많이 주며 살아가는 편이 훨씬 떳떳하고 바람직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처럼 가슴에 다가오기도 한다. 남에게서 받을 때보다 남에게 줄 때가 더 기쁘고 즐거워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만 볼 수 없다. 줄 때의 기쁨보다도 받을 때의 기쁨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무엇을 받을 때 기쁜 것은 물질적 탐욕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값나가는 물건을 받았을 때는 도리어 부담스럽고,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진실하고 성실한 마음이 듬뿍 담긴 물질을 받았을 때 우리는 진실로 기쁘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것은 물질에 대한 욕심이기보다는 정 또는 사랑에 대한 욕심이 아닐까 한다. 정이나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은 일종의 욕심이라기보다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한 정감일지도 모른다.

정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 이상으로 그것을 남에게 주고 싶은 심정이 있다면 떳떳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 된다. 그렇지만 실제로 주는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받았을 때 더욱 기쁨을 느낀다면 어찌 내면의 세계를 맑고도 조용하게 다스릴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랴. 받을 때에는 기쁨도 행복도 함께 하겠지만 그러나 줄 때의 기쁨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는 심성이 진실로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뜻이다.
 
이석기(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