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지역의 맨 얼굴이다.

하영제(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행정학박사)

2019-04-04     경남일보
오늘 날 많은 자치단체에서 관광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관광산업 육성시책의 효과가 큰 지역도 있고 미미한 효과밖에 거두지 못하는 지역도 있다. 여기에서 관광산업의 특성과 자치단체에서 관광산업을 육성코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짚어보자.

관광이라는 개념은 동양의 경우 집단지성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주역(周易)의 20번째 풍지관(風地觀) 괘(卦)의 제 4효에 ‘관국지광 이용빈우왕(觀國之光 利用賓于王)’, 그리고 상전(象傳)에 ‘관국지광 상빈야(觀國之光 尙賓也)’라는 표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 표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관광이라는 주제와 관련시켜 의미를 되새겨 보자.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빛을 본다(觀光)‘라는 개념 속에는, 단순히 그 나라의 경치만을 본다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광채(光彩)를 살펴본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떤 나라의 광채는 풍물(風物) 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 및 법률 그리고 도덕과 습속(習俗) 등이 한데 어우러져 나타나는 종합적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관광에 대하여 이렇게 종합적으로 접근할 때 관광주체와 관광객체, 그리고 주체와 객체를 이어주는 관광매체의 3요소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관광주체는 우리 지역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말하고, 관광객체는 관광주체인 관광객이 보거나 또는 체험하고자 하는 대상물이다. 그리고 관광매체에는 지역주민의 친절성, 도로와 숙박 및 요식업 시설 등 관광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외부 관광객들에게 전달되는 관광정보의 정확성 및 신속성 등이 포함될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자치단체 관광시책의 성공 여부는 관광매체 중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지역 주민들 손에 결국 달려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자기 지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자기 지역 관광객체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지역의 광채를 종합적으로 발산시키는 주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광산업은 그 본질상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우선 투입되는 중간재 비중이 낮아 제조업과 비교하여 최종 생산물 대비 가득율이 높다고 분석되고 있다. 그리고 제조업 제품을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관광객들이 지역으로 찾아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오가는 과정에서 지역에 발생시키는 부가가치가 높다.

그러나 이러한 강점의 이면에는 자치단체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민감한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관광산업은 자본의 회임(懷妊)기간이 길고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그리고 관광객들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하여 항상 최고의 인프라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렇게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관광자원은 특성상 동일 관내에서도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주민의 관광수입에 차이가 발생하고 지역의 땅값이 폭등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에 ‘디즈니 월드(Disney World)’가 조성된지 2년만에 지역에 따라 땅값이 최고 6000배까지 폭등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관광시책을 추진하면서도 관내에서 수혜층과 비 수혜층간의 간격을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광산업 육성에만 매진하면 관내 산업의 비대칭적 발전이 초래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관광대국 스위스는 정밀 기계공업과 농산물 가공산업이 발달한 나라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