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27] 마두로담

헤이그 미니어처 공원

2019-04-10     박성민
195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미니어처 공원 마두로담(Madurodam)이 문을 열었다.

‘미니어처’(Miniature)란, 실제 모양과 같게 만든 작은 모형을 일컫는 뜻으로 방송이나 영화 등 에서만 쓰이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실생활에까지 그 활용성이 확장되었다. 보통의 작은 모형 공원에 그칠 뻔 했던 이 공원에는 ‘마두로담’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와 설립 목적에 특별한 사연이 있다.

마두로담의 창립자인 스타르프(Boon-van der Starp)는 폐결핵에 걸린 학생들을 위한 한 요양원의 임원 중 한명 이었다. 요양원에 머무르던 학생들은 그곳에서 치료와 학업을 병행했다. 스타르프는 요양원의 기금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다가 네덜란드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미니어처 공원 조성을 생각해냈다. 그 당시 네덜란드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공원의 건립은 요양원의 기금 마련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부터 벗어나 재건된 네덜란드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던 한 국민으로써의 염원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스타르프는 미니어처 공원 설립에 큰 도움을 줄 기부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들은 바로 공원이름의 근원이 된 조르주 마두로의 부모였다.

 
마두로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네덜란드령 퀴라소(curacao) 출신으로 학업을 위해 네덜란드에 머무르다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게 되었다. 마두로는 헤이그 인근의 마을이 독일군으로부터 공격 받았을 때 방어의 핵심 역할을 맡아 마을을 지켜냈다. 그러나 곧 독일군에게 체포 되어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네덜란드를 지킨 영웅으로 추대 되어 국가로부터 기사 작위를 부여 받았다. 마두로의 부모는 사람들이 아들의 의로운 죽음을 오랫동안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며 스타르프의 계획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공원조성 공사는 네덜란드 어촌 생활 모습을 실외박물관으로써 완벽히 재현한 Zuiderzee 박물관의 건축가 바우마(S. J. Bouma)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바우마가 표현한 공원의 모습은 또 하나의 작은 네덜란드였다. 미니어처로 표현된 주요 도시와 기찻길, 도로 등은 전쟁의 시련을 겪어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 또한 네덜란드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KLM 네덜란드 항공, 필립스, 로얄더치 쉘 등)을 전시해 국민들의 자부심을 이끌어 냈다. 약 80여가지로 구성된 미니어처들은 1:25의 비율로 제작 되었고,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튤립, 나막신, 미피, 축구장 등은 25배 확대 하여 제작됐다. 마두로담은 미니어처 공원의 조성 뿐만 아니라 실내 전시관을 추가해 네덜란드 독립 전쟁의 역사, 홍수와 같은 자연과의 투쟁 등의 특별한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쉽게 풀어내고 있다.
 


마두로담를 찾는 주요 관람 연령대는 10대 안팎의 아이들이다. 마두로담은 아픈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한 설립정신을 잊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공원 운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익을 추구하는 테마파크와는 다르게 마두로담의 수익은 매년 아동관련 사업에 기부되고 있는데, 그 금액은 매년 70만 달러에 이른다.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기부는 곧 국가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희망적인 네덜란드의 미래를 꿈꾸게 만든다. 마두로담의 특별한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주목해 볼만 하다. 하나의 자그마한 도시로 여겨지는 공원은 매년 공원을 가꾸고 홍보해나갈 시장이 의회를 통해 선출되는데, 의원과 시장은 헤이그에 거주하는 아이들로 구성된다. 마두로담의 첫 시장은 전 네덜란드 여왕 베아트릭스가 맡은 바 있으며, 베아트릭스는 현재 마두로담의 후원자로써 아이들의 미래를 지원하고 있다.



주소: George Maduroplein 1, 2584 RZ The Hague

운영시간: 매일 11:00~17:00

홈페이지: https://www.madurodam.nl/

입장료: 1인 19.5유로,2세 이하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