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 심각성 보여 준, ‘비봉산 자연인 비극’

2019-04-16     경남일보
지난 2009년 9월부터 진주경찰서에 구속되기까지 A씨는 170여 회가 넘는 절도행각을 벌였다. 비봉산 일대는 산딸기와 복숭아 농사를 짓는 과수원과 농장들이 많아 음식물과 생필품 등을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농막의 절도사건은 복지사각지대의 한 단면도 보여주고 있다. A씨는 10여 년 간 외부인과의 교류와 접촉은 일절 없이 움막에서 홀로 생활을 해왔다. A씨의 사연은 너무 기막히다. 경찰조사에서 “현금은 손대지 않고 하루에 한 끼만 먹어 배가 고파서 훔쳤다”는 범행동기를 밝혔다. 복지 사각지대는 제도 보완만으로는 해소가 어렵다. 정부는 도와달라고 오는 사람을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된다. 구석구석 혜택이 스며들도록 찾아가서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게 진정한 복지행정이다.

읍면동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밀려드는 업무로 인해 ‘비봉산 자연인’ 같은 사람을 찾아내는 일에 적극 나서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복지 소외계층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내기 위한 행정의 지속적인 노력과 이웃의 관심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직도 도움을 요청할 방법을 모르거나 도움을 청하기를 꺼려하는 이들도 많다. 복지 혜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동안 틈만 나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A씨는 사실상 우리사회의 복지 사각지대에 10년씩이나 방치되다시피 했다.

복지사각 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제도적 지원 장치인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18년째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수혜층은 많지 않다. ‘긴급복지 제도’는 갑자기 생계유지가 곤란해졌을 때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유사 이래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자랑한다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에는 아직도 소외된 이웃이 곳곳에 펴져있다.

A씨는 불우했던 가정사와 그로 인한 대인기피증으로 비봉산에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지난 10여 년 동안 문화생활을 거의 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의 수사에 의해 발견돼 구호를 받았기에 망정이지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A씨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도심 주변에서 복지사각지대가 있었다는 심각성을 보여 준, 이번 ‘비봉산 자연인 같은 비극’이 또 있는지 정밀한 점검이 있었으면 한다. 모두 참여하는 복지사각 찾기가 필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