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 악몽’ 대책 없나

2019-04-17     경남일보
살인 등 ‘묻지마 범죄’는 이제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버렸다.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가 전혀 없이 발생하는 범죄유형이다. 범죄 대상은 불특정 다수다. 사회적 소외와 생활상의 어려움, 정신적 장애 등으로 인한 분노를 상대적 약자에게 폭력적으로 분출한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어떤 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심리적 극한 상황에 내몰려 자제력을 잃고 범죄를 저지른 전형적인 범죄 유형인 셈이다.

어제 오전 4시 29분께 진주의 가좌동 4층 아파트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과거 조현병을 앓은 40대 안 모씨는 자기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마구 흉기로 난동, 18명이 사상했다. 방화 후 살인 난동을 부린 안 씨는 아파트 계단에서 대피하려고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60대, 30대, 12세 힘없는 주민 등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안 씨가 흉기를 휘두르자 “흉기로 사람을 찌른다”,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는 등 공포에 뜬 끔찍한 악몽신고가 112에 잇따랐다. 안 씨는 경찰과 대치 끝에 현장에서 검거된 뒤 “임금 체불 때문에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묻지 마 살인 악몽 범죄’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불을 지른 후 흉기를 휘둘러 이웃을 숨지게 한 진주 사건은 전국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누구나 잔혹한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잊힐 새 없이 각인되고 있는 셈이다.

피해자 A모(여·53)의 딸 B모(30)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 씨가 문에 오물을 뿌리는 등 2년 전부터 해코지를 해 파출소에 4~5번 민원을 넣었지만 경찰은 직접적으로 피해 본 게 없어 접수할 수 없다는 말만 했다”며 “그래서 지난 2월 집 앞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고 증거자료를 모아왔다”고 말했다. 불안에 떠는 치안부재에 무법천지인 세상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