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

아파트·커피숍·길거리 등 장소 불문 정신질환자 살인사건 한해 72건 우발적·현실 불만 범행 매년 증가

2019-04-17     김영훈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끔찍한 묻지마식 살인 난동으로 전국이 공포에 빠져들었다.

17일 오전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최근 이같이 불특정인을 상대로 하는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하루에만 두 건의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이날 부산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20대가 흉기를 휘두르고 공부하던 20대 여성의 왼쪽 옆구리를 흉기로 찔렀다. 갑작스런 흉기 난동에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대피하는 등 커피숍은 아수라장이 됐다.

같은날 서울 관악구 한 초등학교 인근 부동산중개소에서는 5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업주를 위협하고 출동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지난달 22일에는 진주에서 53세 남성이 폐지를 줍던 73세 할머니에게 욕설하며 시비를 걸고 바닥에 내동댕이쳐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특별한 이유 없이 할머니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했다.

같은 달 8월에는 서울 광진구 한 편의점에서 조현병 병력이 있는 40대 남성이 목검과 칼을 휘둘러 시민 2명이 다쳤다.

지난해 10월에는 20대 남성이 거제시 한 선착장 길가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50대 여성을 수십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당시 피해자가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약 30분 동안 무차별 폭행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남성은 범행 후 휴대전화로 ‘사람이 죽었을 때’ 등을 검색하는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또 같은달 인천 길거리에서 50대 조현병 환자가 60대 남성과 30대 여성을 흉기로 잇따라 찌르는 사건도 발생했으며 인천시 강화군 한 캠핑장에서는 20대 남성이 흉기로 또래 남성을 흉기로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6월에는 40대 남성이 포항 남구 오천읍 한 약국에서 난동을 부리며 50대 약사와 30대 여성 종업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종업원은 끝내 숨졌고 함께 있었던 약사도 크게 다쳤다. 약사는 사건 후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등 범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2018 범죄분석을 보면 2017년 929건의 살해사건 중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행은 72건이다. 2016년에는 1012건 중 73건이었고, 2015년은 1002건 중 66건이다.

묻지마 범행으로 볼 수 있는 우발적·현실 불만으로 인한 살인사건은 매년 비중이 늘고 있다. 2015년 37.7%(401건), 2016년 38.8%(403건), 2017년 41.9%(428건)이다.

전문가들은 “정신병력에 기인하거나 사회 부적응,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관계가 단절되는 병폐 현상으로 인한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 이를 막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