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무너진 96m 첨탑

2019-04-21     정만석
856년의 역사, 짓는데만 200년이 걸린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고딕 양식 건축의 상징이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물론 괴물 조각 하나하나가 예술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1·2차 세계 대전때 유럽 전역이 폐허가 된 상황에서도, 히틀러의 파괴명령에도 건재했던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염속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프랑스 국민들에게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우리의 여인’, 정신적 지주였던 슬픈 역사의 현장에서 프랑스의 한 학생은 “불행하게도 우리가 800년 이상 지켜온 것이 화염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두가 슬퍼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역사 뿐 아니라 과학과 예술, 종교의 한 페이지가 불길 속에 사라져버린 비극에 프랑스인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이 컸다.

▶그러나 이같은 대형화재에도 역사적 가치가 큰 유물들 일부는 지켜낼 수 있었다. 주저하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들과 사제, 경찰, 시민들 덕분이다. 이들은 문화재를 지켜내기 위해 한 마음으로 뭉쳤다. 인간사슬을 만들어 유물을 옮기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11년 전인 지난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는 아픔을 겪었다. 여전히 모두의 가슴속에 상처로 남아 있다. 복원작업이 한창인데 800여년의 역사가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목조 건축물이 많은 우리 문화재를 보호하는 일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정만석 창원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