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변옥윤(객원논설위원)

2019-04-23     경남일보
유럽과 미국에서 더 잘 알려진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종의 전나무과 상엽나무이다. 곧게 뻗어 20여m까지 자라며 모양이 아름다워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되고 있다. 그래서 외래종으로 착각하지만 지리산과 덕유산, 한라산의 해발 15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순수 토종이다.

▶88올림픽 심벌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일찍이 미국 등 해외로 반출돼 육종이 활성화됐지만 국내에선 돌보지 않고 생육환경의 변화로 지리산의 생육지였던 장터목 등 주요서식지에서도 어린 묘목 등이 고사하는 등 적신호가 켜져 위기를 맞고 있다.

▶다행히 최근 조사결과 세석평전에서는 어린 묘목의 생육상태가 좋아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구상나무는 연구기관에서도 묘목생산에 애를 먹는 까다로운 식물로 알려져 있다. 장터목에는 지름 5cm 정도의 어린 나무가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어 생육조건을 비교하는 집중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상나무는 생육환경에 따라 형태가 달라 육지의 그것과 해양성의 제주도와는 사뭇 다르다. 높게 자라지 않는 한라산의 것은 바닷바람과 태풍 등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 덕유산의 곧게 뻗은 구상나무 군락을 보고 싶다. 이참에 국내에선 사라지고 있으나 해외에 반출된 고유종의 복원사업도 활발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