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단 “김해신공항 전면 재검토 해야”

관문공항 입지 재선정 주장…총리실에 판정위 설치 건의 국토부, 보도자료 내고 검증단 주장 반박…공방 예고

2019-04-24     박준언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이 김해신공항은 입지선정 단계부터 안전, 소음, 환경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인천공항 재난시 대체성과 24시간 운항가능성, 안전성이 보장되는 관문공항 입지를 새롭게 선정해야 한다는 취지도 밝혔다.

하지만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곧바로 입장 자료를 내고 검증단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서 향후 이 문제를 두고 부산·울산·경남 등 지자체와 중앙부처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부울경 검증단은 24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40여 차례에 걸쳐 검증한 결과를 밝히는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검증단은 5개 분야 전문가와 지원 인력 등 29명으로 구성돼 안전성과 항공소음, 항공시설 설계, 활주로 용량, 항공 수요 등을 국토부 자료를 토대로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검증단은 국토부가 김해신공항 계획을 수립하면서 고정장애물을 독립평가 항목에 포함하지 않고 법적 기준인 장애물 제한표면을 검토하지 공정성을 잃었고, 입지평가 주요 항목인 수용량, 소음, 사업비 환경 영향 등 조사결과도 증가하거나 축소돼 평가결과의 수용성을 상실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증단은 김해공항이 군 공항임에도 군사기지법을 적용하지 않아 장애물 존치 및 비행절차를 수립하는 등 공항 기능과 관련법을 위반했고, 수요예측도 2046년 기준 사업 타당성 수요는 3762만명이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때는 2764만명으로, 기본계획 수요는 2701만명으로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또 인천공항 활주로 길이 산정 근거인 국토부 내부 기준을 적용하면 김해신공항 신활주로 길이는 최소 3.7㎞여야 하지만 단순 참고용인 항공기 제작사 이륙거리 도표를 기준으로 3.2㎞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검증단은 2023년 1월부터 항공소음 단위가 현행 웨클(WECPNL)에서 엘·디이엔(Lden)으로 변경되면 신공항 주변의 소음 피해 지역은 2만3192가구에 달하는 데도 이 단위를 적용하지 않아 기본계획에는 피해 규모를 2732가구로 축소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검증단은 동남권 관문공항 문제가 지역 간 갈등, 정부 부처 간 갈등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총리실에 가칭 ‘동남권 관문공항 정책 판정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건의했다. 검증단은 판정위원회에서 신공항 기능과 개발방향을 제시하면 주무부처와 부울경이 공동으로 참여해 최종입지를 선정하면 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김해신공항은 그동안 6차례 검증을 했으나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결론 났는데 갑자기 7번째에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와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검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제 신공항 문제는 갈등 이슈가 아니라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이 함께 상생하고 중앙과 지방(동남권)이 함께 발전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해시도 검증단 결과를 전면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해시는 “이전부터 제기해온 안전과 소음, 환경, 법제도에 이르기까지 김해신공항 계획에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난 만큼 검증단과 뜻을 같이해 정부에 정책변경을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허성곤 시장은 “김해신공항이 정부 계획대로 강행된다면 김해는 최대 피해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국무총리실에서 이런 사정을 잘 감안해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증단 발표가 나오자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은 안전성 검토 결과 주변 산을 깎지 않아도 충분한 안전공간이 확보돼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없고, 소음피해도 합리적으로 예측한 항공 수요를 바탕을 평가해야 한다며 검증단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울·경 검증단이 소음·안전 등을 우려하는 만큼, 검토 의견을 다시 살펴보고 합리적 의견은 수용해 김해신공항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준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