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대기만성

2019-04-25     경남일보
 

 

높은 데 피어

부럽다고?

여기까지 오는데

20년이 걸렸어.

-김영빈



꽃그늘 아래로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과 함성이 느껴지는 디카시다. 그들을 향하여 벚나무의 길게 뻗은 가지 위로 만개한 꽃들이 던지는 말이다. 이는 디카시의 대언적 기능이며 시적 모방론뿐만 아니라 존재론과 표현론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즉 시인이 사물의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고사성어인 대기만성(大器晩成)은 큰 그릇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며 또한 큰 사람이 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사자성어다. 이는 서양속담 중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의 뜻과 같다. 20년이 걸려 저토록 높은 곳까지 이르렀다는 고백에 이어 서정춘의 백 년이 걸려 피는 꽃도 있으니 독자와 함께 저 벚나무 아래서 ‘죽편’이라는 시를 만나본다. ‘여기서부터, ㅡ멀다/칸칸마다 밤이 깊은/푸른 기차를 타고/대꽃이 피는 마을까지/백 년이 걸린다’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