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딱새의 마음

조문주(초등교육코칭 연구소장)

2019-05-02     경남일보
조문주

얼마 전 베트남에서 에스페란토 아시아 대회가 있어 다녀왔다. 베트남의 식당과 거리 곳곳에 호치민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어머니의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렸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치하라.”

전 브라질 대통령인 룰라도 이 말을 새기며 실천했다는 칭송을 받는다. 어머니의 마음이 무엇이기에 많은 정치인의 어록에 담겨지는 걸까?

오랜만에 정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딱새 두 마리가 아주 시끄럽다. 처마 끝 둥지에서 새끼들의 작은 소리도 들린다. 딱새부부는 자기 새끼를 해칠까봐 내 주위를 뱅뱅 돌며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것이다. 마루로 들어와 그들을 지켜본다. 날마다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나르고 새끼를 돌보는 부부딱새, 저게 어머니의 마음, 즉 보살핌이 아닐까? 보살핌의 기본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본다. 아기는 어머니를 믿는다. 온전히 자기를 돌봐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어머니다. 스스로 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믿고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이 이 사회를 안정시켜준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아기 딱새가 둥지에서 툭 떨어지니 어미딱새가 얼른 옆으로 종종종 다가간다. 아기딱새가 파닥거리는 것을 지켜보다가 나뭇가지로 먼저 날아오르기도 하고 주변을 빙빙 맴돌기도 한다. 부부딱새의 애틋함과 간절함이 드러난다. 마음에 꼭 맞지는 않겠지만 아기딱새가 스스로 날아오를 때까지 기다려준다.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보살피는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보살핌에 대해 메이어옵(Mayeroff)은 ‘다른 사람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부딱새는 아기딱새가 한 마리의 어른딱새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보살펴주고 있었다. 스스로 날아오를 때까지 격려하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초등교사로서 나는 제자들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잘 보살폈는지, 지나친 욕심으로 내 자식을 돌본 건 아닌지,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한 시민으로서 나는 책임을 다했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성장하려는 노력보다 아기딱새 징징거리듯 살아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규칙이나 원리에 맞추어 ‘맞다, 틀리다’ 따지며 평생 비판만 하다가 어른딱새로 성장하지 못하고 아기딱새로 생을 끝내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보다 더 타인의 감정을 받아주고 공감하며 나 자신을 살펴봐야겠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치한 사람들이 칭송을 받는 걸 기억하며 서로의 성장을 위해 책임을 다해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부부딱새가 아기를 보살피는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