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가시(김승희)

2019-05-12     경남일보
장미와 가시(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의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 투성이었어

가시 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 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수 있을까
장미 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 투성이를 지나
장미 꽃 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송이의 장미 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 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 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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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에는 가시가 있는 건지,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가시가 있는 건지, 아님 공존 속에서 생존을 인내하고 치열한 삶 자체가 아름다운 것 인지, 지금 5월의 담장에 붉은 장미가 만발하다, 생채기와 가시투성이의 내 삶은 언제 장미 한 송이를 피워 올릴 것일까, 피워 있는 것일까, 잔인한 계절이다.(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