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뱃일만?…멸치잡이 모르는 소리"

마른멸치 생산 기선권현망어업 육상 건조작업도 한 공정 관련제도 미흡해 선주·외국인선원 범법자로 단속 되기도

2019-05-14     강동현
남해안 멸치잡이 업계가 외국인 선원도 육상 건조장(어장막)에서 일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정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14일 멸치권현망 수협에 따르면 수산물을 잡아서 바로 위판하는 대부분의 어업과 달리 기선권현망어업은 잡은 멸치를 말려 위판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멸치를 잡아 삶은 뒤 반드시 육상에서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멸치잡이를 하기 위해서는 어탐선 1척과 멸치를 그물로 잡아 올리는 쌍끌이선박 2척, 멸치를 삶는 선박 1척, 삶은 멸치를 육상으로 옮기는 운반선 1척 등 모두 5척의 선박으로 구성되는 선단 외에도 육상에 별도의 어장막을 반드시 갖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육상 어장막에서는 건조작업 외에도 선별작업과 포장작업 등 나머지 후반공정을 모두 처리하기 때문에 어장막 1개소 당 20명 내외의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장막 대부분이 한산도나 욕지도 등 섬에 위치해 있거나 선박접안이 수월한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교통문제 등 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실정이다. 더욱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해도 현행법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멸치 어장막에서 일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멸치업계가 극심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는 선원취업비자(E-10-2)를 받은 외국인은 선박을 떠나서 근무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일반 제조분야나 농축수산업에 취업할 수 있는 비전문취업비자(E-9)의 경우도 수산업에 취업할 경우 20t 이하 선박으로 제한돼 있어 대부분 20t 이상의 선박을 운영하는 멸치업계에서는 고용하고 싶어도 그림의 떡인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선원을 어장막에 근무시키다 단속되는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다.

멸치수협 관계자는 “멸치잡이의 특성상 멸치를 잡는 동시에 삶고 말리는 작업이 하나의 공정이기 때문에 선원으로 취업한 사람들도 이 일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며 “멸치잡이의 특성을 감안해 외국인 선원도 육상 어장막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의 어선감척 사업에 따라 기선권현망어업을 감척할 경우 어선뿐만 아니라 육상 어장막도 함께 보상하고 있다”며 “모든 행정이 육상 어장막도 멸치잡이의 한 공정으로 보고 있는데 유독 외국인 선원에 대해서만 관련 제도가 미비해 사업주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원까지도 범법자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4월 말 현재 멸치업계가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인도네시아인 628명, 중국인 132명, 베트남인 5명 등 모두 765명이다.

강동현기자 kcan@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