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지시등’은 ‘배려와 약속’

권세혁(마산중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위)

2019-05-16     황용인

 

차량 운전자들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차량으로 인한 불쾌감을 느낀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도로주행을 하고 있는데 옆 차선에 달리던 차량이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갑자기 차선변경을 하여 들어오면 정말 황당하고 더욱이 어떤 상황에서는 놀라 급정거 하는 경우도 종종 경험한다.

이러한 상황은 급정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여파로 후미 차량의 추돌로 인적 · 물적 피해를 동반한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속도로순찰대에서 근무할 당시 보복운전, 난폭운전 신고가 접수가 되어 현장에 서 양측 운전자들을 만나 사실경위를 파악해 보면 원인은 차선변경과정에서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변경을 한 것이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여 난폭·보복운전으로 발전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더 심한 경우에는 난폭·보복운전을 넘어서 큰 인사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소극침주(小隙沈舟)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우리가 아주 사소하게 간과한 것이 큰 재앙이 되어서 되돌아오는 현장을 더러 보게 된다.

운전자들에게 “방향지시등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내용으로 물었다. “꼭 방향 전환 시 깜빡이를 켜야 하나요?”, “깜빡이 켜는 것 몰랐어요!”, 물론 대다수 운전자들이 방향지시등에 대한 역할을 모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방향지시등 조작은 운전자 상호간 약속이다. 도로상황에 따라 내가가고자 하는 길은 좌측이 될 수 있고 우측이 될 수 있다. 도로위에는 내차만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도 있고 뒤따라오는 차도 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어디로 가겠다는 의사표시를 상대방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방향지시등인 것이다.

도로를 운전하시는 모든 사람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인생에서는 my way가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도로에서 만은 상대편을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